“너 지금 타성에 젖어있어 임마”
이렇게 텍스트로 보면 되게 오글거리는 멘트인데 지금은 은퇴하신 일반사회교육과 임경수 교수님이 몇년 전 내게 욕을 퍼부으시면서 하셨던 말씀이다.
당시 대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어느 날이었나 용성이형이랑 임 교수님 저녁 수업 들으러 가야되는데 같이 술 한 잔 하느라 한참을 지각해버렸다.
“임겨스님~ 헤헿” 하고 굽신거리면서 늦게 들어온 우리 둘을 본 교수님은 결국 대노하셨고, 역정을 내시면서 강의실에서 쫓아내셨다. 그리고 복도에서 후배들 다 쳐다보는 와중에 다 큰 선배라는 놈들 둘이 철없는 아이 마냥 손 들고 벌을 설 정도로 혼을 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나는 학고를 연달아 두 번 먹고 한 번 더 먹으면 학교를 짤릴 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교수님이 내가 듣던 수업의 교수님들께 직접 전화 돌리실 정도로. 창피하지만 90일 중에 87일은 술을 마시면서 지냈던 것 같다.
그러던 상황에 교수님께 혼나면서 들었던 한마디가 “박현우, 너 지금 타성에 젖어있어 임마”였다.
사실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타성이 뭐야… 게다가 그 타성이란 게 젖은 건 또 뭐야… 무슨 말이람…’
뜻을 검색해보면서 곰곰이 표현을 곱씹어보고 내 자신을 돌이켜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고, 그 후로부터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바뀌어서 육중하게 찌웠던 살도 빼버리고 학점도 학고 연속 두 번 먹던 내가 3점 후반대까지 부랴부랴 올렸고 졸업 무렵엔 4점대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인생에 여차여차한 전환점들이 있어서 학과 특성과는 관련 없는 길을 걷고 있다. 뭐 덕분에 여전히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교수님은 현재 은퇴하셨는데 노후생활 바쁘게 지내시는 와중에 오늘 갑자기 내 생각이 나셨더란다. 교수 생활하면서 개차반이었던 학생이 이렇게 180도로 바뀐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고. 그래서 생각나서 현재 프랑스에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걸어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 또한 전화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교수님의 한마디가 참 감사했다고 그 덕분에 좋은 모습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목소리는 여전히 정정하셨고 언제든지 세종 놀러오면 맛있는 밥 한끼 사주신다고 오라고 말씀을 하시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나의 임겨스님~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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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명언은 사실 “현우야~ 점심 머거써~?”
아직 안먹었다고 하면 혹시 사주실 줄 알고 “아뇨! 안먹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 왈 “아 그려~? 배고프겄네~ 난 먹었는디…”
#29032022 #인생 #교육 #임겨스님
스페셜한 스토리구만 ㅎㅎ 👏👏
ㅎㅎ 오빠 잘 지내고 있죠~?
오빠 긴글인데 왜케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