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0일


2007년 4월 10일
그날도 여느 때처럼 패기 좋게 온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까불거렸던 거 같은데

고3이 꼴에 공부한답시고 마침 핸드폰을 정지한 상태라 당시 담임이셨던 정승재 선생님께 할머니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고선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인 채 하염없이 울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나에겐 엄마 같았던 분이셨다. 오늘 그냥 갑자기 그 장면이 머릿속에 맴돈다. 가끔 이렇게 이유없이 스치듯 떠오른다.

살아생전 할머니는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에 새들이 모인다.’고 하셨다. 그 그늘은 당신 입가에 깊이 패인 주름과 같았으리라.

그날 이후로 평생 채우지 못할 구멍이 생겼다.
할머니 떠나보낸 날.
#05092020 #1004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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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Renau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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