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코로나 터지기 전, 동갑내기 친구와 몽마르트 언덕 걸을 때였다. —여담이지만 몽마르트 언덕 길을 참 좋아한다. 낮에도, 밤에도—


작년 12월 코로나 터지기 전, 동갑내기 친구와 몽마르트 언덕 걸을 때였다. —여담이지만 몽마르트 언덕 길을 참 좋아한다. 낮에도, 밤에도—
문득 그 친구 왈 “난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그건 조증이지. 그런 게 어딨어? 세상 어디를 봐도 항상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어.”
이어서 말했다. “고통, 우울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의 80%를 때론 건조하게, 치열하게 살고, 그러고 나서 느끼는 20%의 행복한 일상이, 그 감정이 더 뿌듯하고 좋을 거 같은데. 돌이켜 보면 20%도 어려울 걸.”
뭐 정답은 없는 거지만 배고플 때 먹는 케밥이 배부를 때 먹는 미슐랭 3스타 음식들보다 맛있는 것처럼, 이런 삶의 태도가 조금은 일상의 본질을 더 적나라 느끼게 해주지 않나 싶다.
행복이란 것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야 행복이 찾아왔을 때의 소중함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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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지만 오랜 타지생활, 뜻깊은 여러 여행들, 그 사이 스쳐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을 겪으면서 배운 것들 중 단 하나를 꼽자면,
이렇게 감정의 디폴트 값을 낮추며 사는 법을 배운 것.
그래서 쉬이 행복해 하지도 않고, 우울해 하지도 않는다.
열정적으로 핏대를 세우며 말할 때도 있지만 화를 쉽게 내지도 않는다.
분명 20대 시절엔 일희일비하며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헛으로 먹은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인지 나란 놈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더욱 기대된다.
걱정 없이 싸구려 와인 한 잔에 케밥만 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30092020 #추석 #지극히개인적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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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Renau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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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한국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 덕분에.

정신없이 와인모임을 마치고 멤버분들 배웅하고 집에 들어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