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the child I was,
still inside me or gone?
.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
‘델리스파이스를 좋아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군지 물을 때면 나는 줄곧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내뱉었던 말과는 달리 언니네 이발관과 마이 앤트 메리의 곡들을 더 자주 들으며,
‘중2때까진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으로 시작하는 노랫말보다도
이제는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 게’ 라는 자기 방어적 독백에 더 공감이 간다.
.
브리티쉬 락 중엔 Oasis가 으뜸이라 언제나 따봉을 들었어도
정작 내 귓 속 이어폰에선 Keane, Coldplay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친구에게 ‘Keane은 3집 이후 초심을 잃었어.’ 라는 다소 서운한 듯한 푸념을 들을 때에도 나는 있는 힘껏 옹호하기 바쁘다.
이해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Everybody’s Changing이 수록된 1집이 워낙 명반인 탓도 있겠고
그전까지 피아노가 다 도맡아 했던 일을 3집 이후부터 기타가 은근슬쩍 끼어들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피아노를 사랑하던 그 친구는 기타에 질투가 났던 걸까.
그래도 어째, 좋은 걸.
그럼 그 친구는 In My Place 시절의 Coldplay도 그리워 하려나.
.
그림은 또 어떤가, 색이 강렬한 Fauvisme을 몹시 좋아했지만
내 주변 모든 것은 온통 검은색 뿐이다. 그게 가장 단순한 색이니까.
야수파 그 자체가 삶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하면 도리어 그게 더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내겐 감당 안되는 색일 것 같다.
.
이렇듯 나를 규정 지었던 취향들은 지금의 나를 기만하고 있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여겨왔던 것들, 그런 취향들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몰라도 음악, 그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
내가 변한 게 맞겠지.
그리고 그들의 음악들도 변해왔다. 이미 죽은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그랬고.
–
이제와서 나였던 그 아이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몇몇의 순간들이 내 평생을 규정 짓거나 속박하지 않기를.
#11082017 #취향 #언니네이발관 #내구닥다리미감 #pabloneruda #파블로네루다
Where is the child I was,

답글 남기기
GIPHY App Key not set. Please check settings
언니네 좋쥬 ㅎㅎ
@yolaliii 그럼 좋지ㅎㅎ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