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업무 대시보드로 쓰고 있는 노션 DB 정리를 완료했다. 뭔가 일이 진척이 되거나 향상되지 않고, 병목 구간에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며칠 전부터 다시 대대적으로 정리를 시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단순 1차원적인 ‘투-두 리스트’ 방식은 사용하지 않고, 현재 쓰는 구조는 유닛 > 포트폴리오 > 프로그램 > 프로젝트 > 태스크의 5개 단위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조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 태스크(Tasks):
우리가 흔히 하는 ‘투-두 리스트’의 하나의 체크 단위 정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태스크의 기간은 보통 하루 안팎,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 정도를 태스크라고 한다. 물론 프로젝트 레벨은 아니지만 일주일 넘는 태스크도 있다. (예를 들면 ‘방 청소’라던지…) - 프로젝트(Projects):
근데 무작정 투-두 리스트 수준의 ‘태스크’만 하나씩 뽀개다 보면 그 태스크들도 일종의 공통된 목표, 주제,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긴 기간이 있지 않겠나? 그걸 프로젝트 단위로 태스크들을 묶어준다. 보통 프로젝트 기간은 짧으면 1-2주, 길면 1년 정도로 본다. (우리가 아는 그 프로젝트가 맞다. 물론 후술할 내용인 프로젝트 보다 더 큰 개념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 프로그램(Programs):
그렇게 프로젝트들도 성공, 실패의 여부를 떠나 긴 기간을 갖고, 위대하게 하나씩 마감을 하다보면 프로젝트들 간 공통된 주제가 보인다. 그걸 프로그램 단위로 프로젝트들을 묶어준다. 프로그램의 기간은 ‘없다’. 아래에 설명할 포트폴리오 단위가 끝나기 전까지.
프로그램은 규모와 기간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들을 관리해주는 최소 단위의 관리용 대시보드(현황판)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웹사이트 개발 v.1, v2’의 프로젝트들을 묶어서 관리하는 프로그램, ‘자사 CI/BI 로고 디자인 v.1, v.2’의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 포트폴리오(Portfolios):
포트폴리오는 지금까지 아래 단계에서 해왔던 것 같이,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는 복수의 프로그램을 묶어주는 ‘프로그램’ 꾸러미다. 솔직히 여러 퍼스널 태스크,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완수해가면서 포트폴리오 단위까지 만들어서 관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보통 사업으로 예를 들자면, 같은 브랜드(후술한 Business Unit 단위) 내에 “온라인 사업”, “오프라인 사업”, 또는 아마존의 “이커머스 사업”, “AWS 클라우드 서버 사업” 같은 같은 브랜드지만 다른 성격의 사업을 관리할 때 쓰는 개념이다. (물론 회사 마다 업무체계가 같진 않아서 그 회사가 꼭 이런 구조와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여담으로, 미술 전공자라면 알 지도 모르겠지만 미술에서 쓰는 그 ‘포트폴리오’가 맞다. 물론 이 포트폴리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만든 작품들을 파일이나 서류 케이스에 모아놓은 작품 꾸러미?’ 수준으로만 사용하기도 한다. 이어서 미술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프로그램’은 하나의 ‘작품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는 ‘모나리자’, ‘게르니카’ 같은 각각의 작품 단위다. ‘태스크’는 각 작품(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작은 단위의 태스크들이다. 예를 들면, ‘화방 들러서 물감, 화구 사기’, ‘스케치 하기’, ‘밑 작업 하기’, ‘채색 하기’, ‘바니싱 하기’ 등등.
이 와중에 완성한 작품(프로젝트)들로 일종의 내 이름이 걸린 전시를 열 만한 특정 주제를 관통하는 ‘시리즈’가 필요하지 않나? 그게 아까 말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의 작가 인생에 있어서 이 여러 시리즈를 관리하는 단위가 바로 ‘포트폴리오’의 개념이다. 그러니 작가의 디벨롭 과정을 볼 때 ‘포트폴리오’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혹여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이해가 안된다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리고 이렇게 디테일하게 관리하지 않는 작가들도 있을테니 모두에게 해당 되는 말은 아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성공한 작가들은 작가 자신이 직접 했거나, 스튜디오/에이전시 스탭, 갤러리스트, 아키비스트, 미술학자, 미학자 등이 모여 하는 중요한 작업들이다. - 유닛(Units):
“야!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무슨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데에 거창하게 ‘유닛’ 단위의 개념까지 필요하냐!” 싶겠지만 “응, 필요하다.” 인생에는 정말 정말 큰 묶음 단위의 카테고리가 있으니까.
간략하게 내 경우로 설명을 해보자면, “퍼스널 유닛”으로는 ‘학문’, ‘행정/사업관리’, ‘건강/정리,’ ‘투자/자산’, ‘인간관계’ 등으로 묶어서 하나의 큰 대시보드로 관리를 한다.
“비지니스 유닛”으로는 ‘아트(미)’, ‘교육(교)’, ‘실용기술(기),’ ‘유머(희)’ 등의 개념으로 여러 사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관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육 – 비지니스 유닛’ 안에 ‘베리타스마마 플랫폼 – 포트폴리오’가 있는 셈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한 때 피 끓던 시절, 인생의 핵심 카테고리인 “희, 의-식-주, 미, 기, 교”를 다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나름 내 큰 포부이자 소망이었다. 영영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방향의 기준이 되는 ‘북극성 étoile polaire’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지금은 그냥 페리카나 양념치킨만 걱정없이 먹을 정도면 된다.
이렇게 위 5개 단위의 프로세스를 테이블, 칸반 보드, 간트 차트(사실 ‘교육공학’ 수업 때 배웠는데 도움은 별로 안됐던 것 같다.)의 뷰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면서 진행 및 점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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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방법은 프랑스 유학시절에 터득했다. 당시 얼떨결에 소르본 대학교(Sorbonne Université) 역사학과, 미술사학과를 동시 합격하는 바람에 복수전공이 아닌 이중등록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사업하랴, 공부하랴, 과제, 프로젝트/태스크가 하루가 멀다하고 정말 미친듯이 밀려오고, 그게 또 두서없이 쌓여버려서 그걸 좀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원래는 에버노트, 관련 여러 툴(Asana, Things 등)을 전전하며 단순한 투-두 리스트 방식으로 일정을 운영했었다.
뭔가 본능적으로 일이 강물처럼 밀려와도 그걸 다리 위에서 지켜보면서 흐름을 읽고 물길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구조는 실제로 체계를 갖춘 거의 모든 회사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크럼, 애자일, 린 방식을 채택한 회사도 명칭과 커뮤니케이션, 진행 속도만 다를 뿐 구조 자체는 비슷하다. (그들은 Epic – Feature – Story – Task – (Issue) 구조로 일을 처리한다.)
(프랑스에선 대학 동시 합격 후 이중등록은 합법이고, 이렇게 공부하는 프랑스 학생들도 종종 있다. 시엉스포-소르본이라든지, 에꼴폴리테크닉-소르본이라든지, 또는 에꼴뒤루브르-소르본이라든지 근데 난 소르본-소르본이었던 것… 요즘은 모르겠으나 당시 프랑스 인문계열 QS랭킹 1위는 소르본이었는데 그래서 두 개 다 놓치기 싫었다. 사실 역사학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소르본에선 역사학과가 탑 중의 탑이라 더더욱 포기하긴 어려웠다. 당시 한국인 유일의 합격자였음. 😎 실패담으로는 프랑스에 첫 도착했을 때 미술 실기로는 최고의 학교인 ‘파리고등예술학교(ENSBA)’를 정말 가고 싶었는데 내 주제에 운 좋게 1, 2차는 통과했지만 3차 인터뷰 때 떨어지고, 하필 그때 설상가상으로 나름 인생의 큰 일을 마주하는 바람에 ‘붓을 꺾는 심정’으로 이론 계열로 학업 진로를 다시 바꿨었다. 합격했으면 니콜라 푸생이 선배였을텐데… 뭐, 소르본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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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회사 업무용 대시보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들, 아이디어/정보 기록, 데이터, 사진, 물건, 공간 등 전반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모든 부분에서 싹 정리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지금 이 행동, 업무가 어떤 구조 안에서 어떤 방향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있다. 틈틈이 정리하면서 현재 진행하는 브랜드, 서비스에 대한 메타인지를 올렸고, 그 과정에서 몇 년 전 업무기록을 살펴봤다.
일을 벌려놓고 제대로 마무리 못한 개인 프로젝트들, 프로젝트 완수는 했지만 날림으로 했던 태스크들에 대한 반성의 마음부터 들더라. 완료한 프로젝트, 태스크들은 다시 보니 속된 말로 개쓰레기 수준으로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고 돈을 벌었나 싶을 정도.
분명 지금의 것들도 훗날 보면 허접해 보일텐데 그래도 오히려 “과거에 내가 이 대단한 걸 어떻게 했을까? 지금이라면 못할 것 같은데…” 보단 낫지 않나 싶다. 그건 퇴보했다는 소리니까.
“아, 그땐 정말 창피하고 한심했네. 지금이라면 더 잘할텐데!” 하는 순간이 더 좋다. 지금의 내가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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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보니, 거참 말 많다. 그래도 괜찮다. 읽을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생각 기록용이니까.
그리고 이것도 능력이고, 내 복이라고 생각해. 🙂
이 글을 쓰는 며칠동안 병목 구간이었던 사업 관련 ‘태스크’ 하나(태스크 주제에 4개월이 걸림…)를 결국 완료한 덕분에 다른 부분에서 여유가 생기고, 속도도 미친듯이 폭발하는 게 느껴진다. 도파민 짜릿데스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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